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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단 입장발표 전문
일주일 전 사제단이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삼성이라는 한국 최대의 기업이 돈 혹은 이건희 회장이 ‘포도주’라고 상징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검은 재물을 마구 탕진하여 언론, 정계, 검찰, 국세청, 금감원과 같은 대한민국의 주요 국가시스템을 어떻게 교란시키고 있는지, 그리고 국가의 주요 인적 자원들을 어떻게 통제하고 망가뜨리고 있는지, 국민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진정한 개선의 길이 무엇이냐고 묻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난주에 발표한 김용철 변호사 명의의 비자금 계좌와 이건희 회장의 지시사항은 삼성의 불법, 탈법, 편법의 실상을 가늠하게 해주는 단서였습니다. 만일 이런 계좌가 대통령의 것이었다면 검찰은 어떻게 했을까요? 검찰독립의 호기라고 외치면서 대번 두 팔을 걷어붙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검찰은 오불관언입니다. 게다가 힘 좋은 삼성은 오리발만 내밀고 있습니다. 삼성의 핑계는 “탁 치니까 억하고 죽더라!”는 이십년 전의 그 슬픈 말을 떠올리게 해주었습니다. 지금 팔짱을 끼고 있는 검찰의 태도는 명백한 직무유기입니다. 증거가 부족하다고 합니다. 증거는 원래 수사기관이 찾는 겁니다. 백번을 양보해서 혐의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의 국민적 의혹이라면 사실 규명을 위한 내사에라도 들어갔어야 마땅합니다. 하찮은 스캔들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검찰이 대한민국 최대의 의혹과 국민의 우려를 애써 무시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고발하면 착수하겠다는 구실을 댑니다만 사제는 그 누구도 고발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다만 이런 병폐를 갖고는 대한민국에 내일이 없다고 고통스럽게 호소할 뿐입니다. 왜 이 문제가 중요한지, 쉽고 명확하게 풀어서 설명해줘야 할 언론이 자꾸 2차 폭로, 3차 폭로 하니까 사제들의 마음은 괴롭고 답답합니다. 공론을 통해서 더불어 고민하자는 것인데 언론은 삼성비자금 보도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떡값명단이나 찾습니다. 이런 국가 대사를 마치 연예인 추문을 대하듯 합니다. 이런 태도가 어찌나 한심했는지 누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알 권리 충족과 권력 감시를 위해 정부의 취재 지원 개선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던 대한민국 언론의 사명감이 고작 이 수준인가?” 이 말은 바로 여러분의 한국기자협회의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삼성 비자금 사태의 진실 규명보다는 “김 변호사와 삼성 간 공방 수준으로 보도하면서 본질을 호도했다. 정치권력을 향해서는 막말까지 쏟아내며 비장한 비판자 행세를 해온 언론들이 재벌 삼성을 향해서는 입을 쏙 닫아버린 처사를 국민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말은 여러분의 언론노조의 탄식이었습니다. 1. 우리 사제들은 김 변호사가 털어놓은 고백의 진실을 확신합니다! 그러므로 진실이 드러날 때까지, 삼성이 인정하고 고백하고 용서를 구할 때까지, 검찰이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실체를 밝힐 때까지, 그래서 경제정의가 실현되고 경제민주주의의 토대가 마련될 때까지 사제의 소명을 걸고 오늘의 의로운 싸움을 거두지 않겠습니다. 2. 언론에선 자꾸 떡값명단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우선 용어부터 바로 잡아야겠습니다. ‘떡값’이 아닙니다. 뇌물입니다! 사리사욕을 얻기 위하여 남에게 몰래주는 부정한 돈이나 물건이 바로 뇌물입니다. 떡값이라고 부르면서 죄의식을 갖지 못하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3. 뇌물수수 명단에 대한 사제단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핵심부터 다스려야 수술이 잘 됩니다. 리스트는 삼성이 저지른 부정과 비리의 부스러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공개는 마지막에 가서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언론도 당분간 언급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진실규명이 지지부진하고 삼성이나 검찰 등의 국가기관이 제 본분을 다하지 않을 경우 그때 가서 국민 앞에 내놓겠습니다. 4. 검찰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습니다. 사실 현 검찰은 이 문제를 수사할 능력도, 의지도 없어 보입니다. 게다가 뇌물을 받아먹은 당사자들이므로 자신의 허물을 스스로 수사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됩니다. 과거 공적자금 수사의 경우처럼 독립적인, 의지와 신념을 갖춘 진정한 수사팀이 꾸려져서 내외부의 통제에서 벗어난 독립적인 수사를 하게 된다면 천만다행이겠습니다. 5. 각계의 분발을 기대합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위기가 아니라 기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삼성의 문제는 대한민국의 경제민주주의와 미래가 걸린 문제이니 국민께서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걱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씨 일가와 문제의 가신들이 그간의 비리와 부정을 깨끗이 고백하고 국민이 이해할 만큼의 자정을 실천한다면 삼성의 세계적 기술과 경영은 더욱 빛날 것입니다. 김용철 변호사 양심선언 전문 저는 죄인으로서 속죄하는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 글이 유서가 될 수도 있음을 깨닫고, 되찾고 싶은 양심에 부끄럼없이 고백할 것을 맹세합니다. 다만 저로 이해 상처받을 사람들에 대해서는 한없이 죄송할 뿐입니다. 저는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부모의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선천적인 심장병으로 공놀이를 하거나 달리기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심전도 검사를 받지 못해 3년 1개월 동안 군복무를 했습니다. 검사 시절 음주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제 친동생과 만취 상태에서 폭력을 행사한 처남을 구속토록 해서 저는 친가는 물론 처가 형제들까지 의절하고 지내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것이 검사의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천지검·부산지검·서울지검 특수부를 거치면서 수사를 잘하는 검사로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정축재 재산을 찾다 쌍용 김석원 회장이 집에 보관하고 있는 비자금을 찾아냈더니 청와대는 수사를 막았습니다. 제가 의지를 꺾지 않아 결국 검찰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변호사 업계의 현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특히 돈을 주고 사건을 따올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삼성으로 가게 된 것입니다. 망하지 않고 월급 꼬박꼬박 나올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아들 대학 등록금은 빚 안 얻고 보냈으면 하는 가난한 검사의 바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삼성에 들어간 것이 제 인생의 가장 큰 실수였습니다. 삼성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사치를 하기도 했습니다. 대신에 삼성은 제게 범죄를 명했습니다. 돈으로 사람을 매수·회유하는 불법 로비는 모든 임원의 기본적 책무였습니다. 저는 검찰을 비롯해 법조계 인물을 관리해야 했습니다. 구조본 안에서 검찰 간부 수십명을 관리하고 나머지는 60여개 계열사가 나누어 관리합니다. 설·추석·여름휴가 등 1년에 3회, 소위 떡값이라는 불법 로비자금을 500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돌립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십억원을 전달하라고 지시하기도 합니다. 범죄행위의 공범이라는 죄의식 때문에 괴로웠습니다. 현직에 있는 최고위급 검사 가운데 삼성의 불법 뇌물을 정기적으로 받은 사람이 여럿 있습니다. 밝혀야 할 공적인 기회가 오길 희망합니다. 숨김없이 고백하겠습니다. 검찰은 삼성이 관리하는 작은 조직이었습니다. 이해관계가 맞물린 재경부·국세청 등은 규모가 더 큽니다. 돈의 출처는 각 사에서 조성한 비자금입니다. 심지어 대형 부실을 안고 있는 만성적자의 회사에서도 수십억원씩의 비자금을 만들었습니다. 조성된 비자금은 임직원 명의로 차명 운용됩니다. 삼성 출신인사들이 재산이 많은 것은 대부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월급쟁이가 수백, 수천억원의 재산을 가질수 없습니다. 삼성의 사장단, 고위임원, 구조본의 임원, 재무·인사 등 핵심 보직의 임원 및 간부급 사원 중 일부가 차명계좌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자금 계좌를 가진 삼성 임원들의 명단도 일부 갖고 있습니다. 명백히 금융실명제 위반, 사문서 위조, 조세포탈 등의 범죄입니다. 하지만 삼성에서는 차명계좌의 존재가 승진의 징표이자 조직이 자신을 믿는다는 일종의 훈장이었습니다. 그래서 비자금 계좌가 만들어지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이도 있습니다. 공적 기관에서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기회를 갖길 희망합니다. 대선자금 수사와 에버랜드 편법 증여에 관해 모든 증거와 진술을 조작했습니다. 돈과 힘으로 신성한 법조를 오염시켰습니다. 저도 그 일에 관여했습니다. 명백한 범죄였습니다. 법무팀장을 맡았던 제가 중심이 되어 저질렀습니다. 공범으로서 제가 처벌을 받아야 할 순간이 되었습니다. 삼성은 모든 간부가 삼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건희 회장을 위해서 살아야 했습니다. 저는 괴로웠습니다. 삼성을 위해 검찰이 움직이고, 국정원이 움직이고, 청와대가 움직이고, 모든 언론기관이 움직이며 실시간 정보보고를 했습니다. 심지어 삼성에 가장 비판적인 시민단체마저 회의가 끝나자마자 회의록이 삼성에게 보내졌습니다.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성과 등지고서는 이 사회 황량한 뒷골목에서 쓸쓸한 최후를 맞을 것이라는 주변의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제가 일간지에 칼럼을 쓰면서도, 삼성 이야기는 피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삼성 기사가 나올 때마다, 저를 의심하고 압박하고, 미행했습니다. 사실 저에 대한 감시는 퇴사 전부터 이뤄졌습니다. 그러더니 삼성 인사가 나서 제가 일군 로펌에서 내쫓았고, 사회에서 고립시켰습니다. 심지어 삼성은 인생 말년을 아내와 손잡고 산책하면서 보내겠다는 소박한 꿈마저 앗아갔습니다. 많은 언론과 시민단체에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외면했습니다. 갈 곳이 없었습니다. 낭떠러지 앞에 선 절망속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신부님들께서 저의 뜻을 받아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할 따름입니다. 결국 여기에서 이런 길을 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많은 고민을 했고, 괴로웠습니다. 조직을 배신한 사람이라고 욕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재벌이 사법체계를, 국가 기관을, 우리 사회를 더 이상 오염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저의 죄를 고개숙여 반성합니다.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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